영화 비긴어게인(Begin Again) 은 단순한 음악영화가 아닙니다. 상실과 좌절을 겪은 사람들이 음악이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찾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뉴욕의 여름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도시의 소음, 거리의 풍경, 그리고 진솔한 멜로디가 한데 어우러져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OST는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캐릭터의 감정과 서사를 그대로 담아내어, 마치 한 편의 음악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 주요 OST, 그리고 매력을 배가시킨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비긴어게인 줄거리와 감성의 시작
영화의 첫 장면은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한 작은 바 무대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입니다. 손님들은 대체로 무심하지만, 한 사람—다소 지친 모습의 중년 남자 댄(마크 러팔로)—은 그녀의 노래에 집중합니다. 장면이 전환되면, 바로 몇 시간 전 댄의 하루가 보여집니다. 그는 한때 음악업계의 유명 프로듀서였지만, 지금은 소속사에서 쫓겨나고 가족과의 관계도 소원해진 상태입니다. 술에 취해 우연히 들어간 바에서 그레타를 발견한 것이죠.
그레타 역시 밝은 상황은 아닙니다. 연인 데이브(애덤 리바인)와 함께 뉴욕에 왔지만, 데이브가 성공의 길에 오르자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게 됩니다. 절망 속에 혼자가 된 그녀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친구의 초대로 이 무대에 서게 된 것입니다. 댄은 그녀의 곡을 듣고,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을 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뉴욕 곳곳에서 앨범을 녹음하기로 합니다. 스튜디오 대신, 거리 한복판, 옥상, 지하철, 공원 등 다양한 배경에서 연주하고 녹음하며, 도시의 자연스러운 소리와 사람들의 반응을 음악에 담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레타는 상처를 조금씩 치유하고, 댄은 잊고 지냈던 음악의 본질과 열정을 되찾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결국 ‘음악이 사람을 구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뉴욕의 여름밤 풍경은 그 메시지를 더욱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여름밤을 물들인 OST의 매력
비긴어게인 의 OST는 ‘장면의 감정’을 음악으로 옮긴 교과서 같은 예시입니다. 대표곡 “Lost Stars” 는 영화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데이브 버전은 전형적인 팝 스타일로, 화려한 편곡과 강한 비트가 상업성을 강조합니다. 반면 그레타 버전은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와 담담한 목소리로, 가사의 의미와 진솔한 감정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같은 곡이지만 두 버전이 전혀 다른 울림을 주며, 이는 영화 속 두 인물의 가치관 차이를 음악적으로 표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또한 “A Step You Can’t Take Back” 은 영화의 오프닝 곡이자, 그레타가 댄에게 처음 들려준 노래입니다. 이 곡은 그녀의 상처와 불안, 그리고 다시 걸음을 내딛겠다는 결심을 담고 있습니다. “Like a Fool” 은 그레타가 데이브와의 관계를 정리하며 부르는 곡으로, 가사 속 아픔이 리스너의 마음을 깊이 울립니다.
흥미로운 점은 OST가 대부분 ‘현장 녹음’ 방식으로 제작된 것처럼 들린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화 속 장면에서는 자동차 경적, 지하철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등 뉴욕의 일상 소리가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이 덕분에 OST를 들을 때마다 마치 뉴욕 거리를 함께 걷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밤 창문을 열어놓고 듣는다면, 영화 속 그 순간으로 바로 들어가는 듯한 생생함이 전해집니다.
영화 속 인물과 음악적 케미
이 영화가 단순한 OST 모음집을 넘어 ‘감성 영화’로 평가받는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성장 서사가 음악과 촘촘히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레타는 배신과 좌절을 겪었지만, 자신의 음악적 철학을 끝까지 지키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상업적 성공보다 진솔함을 우선시하며, 타협하지 않는 태도로 댄과의 프로젝트를 이끕니다. 댄은 그녀의 진정성에 감화되어, 예전의 열정과 창의성을 회복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로맨스 대신 ‘음악적 동지애’가 자리하며, 이는 많은 음악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데이브는 성공을 쫓아 진정성을 잃어버린 뮤지션의 전형으로 그려지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그레타의 버전 “Lost Stars”를 듣고 자신이 놓친 가치를 깨닫습니다. 댄의 딸 바이올렛(헤일리 스테인펠드)은 기타 연주를 배우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음악을 통해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게 됩니다.
이처럼 각 인물의 변화는 음악과 함께 진행됩니다. 곡의 가사, 편곡 스타일, 녹음 장소까지 모두 캐릭터의 심리와 서사를 반영하고 있어, 음악을 들으면 인물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합니다. 이 음악적 케미가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핵심 요소입니다.
비긴어게인 은 음악이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작품입니다. 뉴욕의 여름밤 풍경과 어쿠스틱한 사운드, 그리고 솔직한 가사가 어우러져 관객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OST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며, 각자의 인생 속 ‘다시 시작’ 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름밤 창문을 열고 OST를 들으며, 당신만의 비긴어게인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